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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풍요로운 독서

배우 성우 오디오북, 독서의 새로운 장(場)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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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시장이 열리고 있다

요즘 라디오, 팟캐스트를 즐겨 듣고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 캐스트 플레이어'를 다운로드하여 주로 출퇴근 시간에 듣고 있다. 신문과 책 대신 오디오로 들으니 시간도 절약하고 출퇴근 시간이 풍요로워진 것 같아 좋다. 덤으로 더 이상 거북목으로 불편해하지 않아도 된다. 

듣는 것에 익숙해질 무렵 카카오메이커스에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 오디오북을 발견했다. 전자책에 입문한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눈이 피로할 때는 오디오북으로 들으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기계음이라 그런지 불편해서 계속 듣기 힘들었다. 다행히 이 오디오북은 배우들이 직접 읽어주기에 옛날에 구연동화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 주문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려 한달이 지난 어제 제품을 받았다.

 2부로 나눠져 있는데, 내가 주문한  1부이다. 50명의 배우가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단편을 읊어준다. 나름 책 좀 읽는다는 나에게도 익숙한 작품은 4개밖에 없다. 모르기에 책을 받았을 때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궁금해서 설렜다. 제품을 받고 USB를 핸드폰을 옮기고 나서 바로 1번을 듣기 시작했다. 한 편을 다 듣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쉽지 않은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온전히 청각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신기하게 눈을 뜨고 있으니 계속 분산되어서 감고 듣는 게 훨씬 도움이 되었다. 1번은 이호재 배우가 읽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이단자의 외투’이다. 배우님의 목소리가 익숙하다 생각했는데 미스터 선샤인에서 애기씨 할아버지 역을 맡으셨던 분이다. 연륜이 묻어나는 연기가 뒷받침되어 몰입해서 들을  있었다.

다른 오디오북과의 가장  차별점이자 장점은 현직 배우들이 감정을 실어서 읽어준다는 이다. 50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톤으로 작품을 읽어주는데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딕션이 명확하고, 캐릭터마다 서로 다르게 표현하면서 배우라는 직업적 장점을 극대화하여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덕분에 스토리에 몰입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잘 몰랐던 배우들의 매력 또한 느낄 수 있게 되어 더욱 좋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내가 느끼기에) 문장 간의 호흡이 좀 짧다. 좀 더 음미하며 들을 수 있게 천천히 읽어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선정된 작품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어떤 기준으로 단편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으나, 어떤 작품은 도대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수가 없다. 배우들이 읽어주기 전에 시대적 배경과 유추할 있는 의미를 살짝 짚어주는데 그럼에도 문학적 의미를 가늠하기 힘든 작품들이 있었다. 그래서 마음에 와닿는 작품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디오북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다. 전자책 시장이 붐업되면서 오디오북도 조금씩 팟캐스트, 라디오와 함께 시장이 형성되는 기미가 보이는 듯하다. 최근 오디오북을 전문으로 하는 '스토리텔'이라는 회사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은 오디오북이나 오디오 드라마 등이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땅이 넓어서 차를 타고 긴 시간 이동할 때 주로 오디오를 듣기 때문이라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단순히 기계음으로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배우를 기용하여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시도들이 있어서 좋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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